미술점수 C 마이너인 여자가 그린 노트르담 성당 미술점수 C-인 여자가 그린 그림

미술점수 C 마이너인 여자가 그린 노트르담 성당.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미술 실기 점수는 C 마이너스이다. 나머지는 필기점수로 겨우 만회했다. C마이너스를 준 사람은 고2때 담임이다. 상대평가도 아니라서 담임이면 괜찮은 점수를 줄법한데도 내게 그런 자비를 베풀지는 않았다. C마이너스를 받았던 작품을 기억한다. 단언컨데 학창시절 내가 그리고 만든 것들중에 가장 최고였다. 미리 스케치를 한 종이를 부위마다 오린 뒤 그 아래 끈적이는 곳에 색모래를 뿌리는 식이었다. 나는 기대했다. 그리고 자신했다. A+는 아니더라도 A는 받을 수 있겠다고. 이것으로 내 인생에서 미술에 대한 갈증은 해소될 것이라고. 나는 더이상 쓸데없는 손가락을 달고 있는게 아니라고. 자신있게 작품을 내밀었는데, 담임은 가볍게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D+라고 말하는 담임 팔에 매달렸다. "선생님, 너무해요 D+는 너무 심해요" 내 작품 뒷면엔 D+에서 한계단 오른 C-가 빨간펜으로 큼지막하게 씌어졌다. 그렇다. 십자수 가정 실기에서도 나는 "남자도 너보다 잘 하겠다"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다. (이런 성차별적 발언이라니.. ㅠ) 그리고 난 음악과 시와 그림에 능한 사람을 동경하게 됐다.   
에고가 낮은 사람에게 추천하는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림으로 자신을 드러내다보면 정서의 치유 효과도 볼 수 있다. 내면에 감추어진 자아를 세상밖으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잘 알아야 하고, 또 거침이 없어야 한다. 본인 생각을 표현하는데 서툴고 어려움을 느낄수록 선은 과감하지 않고 소심하다. 심지어 그 짧고 연한 드로잉을 지우기도 여러번이다. 에고가 높은 사람은 선의 방향이 어떻건, 선의 굵기가 어떻건 그냥 내지르고 본다. 그림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본인 만족이기 때문일까. 

이성적 사고를 강요당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탓에 사고의 불균형이 온다. 영화 음악 미술 등 예술 작품을 감상할때도 의미에 천착하고 논리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경계선 안에 포함되지 않을땐 평가절하하게 된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은 한국인들이 유독 장면의 의미에 매달린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감독이 그 장면을 찍은 의도와 감독의 생각에 집중한 협량함에 경도돼 있다고 평했다. 어떤 작품은 그저 별다를 것없이, 별 고민이나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내 삶에는 없는 것이다. 최근 본 데드풀이라는 영화가 그랬다. 마블 영화는 그저 웃고 즐기면 그뿐인데도, 영화 내 이어달리기 하듯 터져나오는 섹드립이 불편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결국 영화에 집중하지도, 웃지도 못했다. 괜스레 함께 영화 본 이도 영화를 제대로 즐기게 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을뿐이다.

그래서! 

그림을 배워보기로 했다. 사실 지난해 유럽여행때 이탈리아 아레초에서 그림을 배워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바라본 공원 전경이 주는 평화로움에 일기를 쓰다 말고 풍경을 스케치했는데 그게 아래 그림이다. 여행지에서 1초면 찍을 수 있는 간편한 사진대신 그림으로 오래오래 눈에, 마음에 새겨두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 풍경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나만 남았다.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parco il prato 공원. 




처음 그린 그림이 맨 위의 노트르담 성당이다. 실제 본적이 없어서 노트르담 성당인지 알지 못했다. 아마 실물을 봤어도 알지 못했을테다.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고 그리는게 사진보다, 사진을 보고 그리는게 실물을 보다 어렵다고 한다. 실제 세가지를 다 해봤는데 그림을 보고 그린게 훨씬 퀄리티가 높다. 내가 그린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만약 다시 파리에 가게 된다면, 노트르담 성당을 사진대신 그림으로 남기고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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